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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 앱을 프랑켄슈타인 실험실로 만든 맥도날드 할로윈 캠페인

자사 앱을 프랑켄슈타인 실험실로 만든 맥도날드 할로윈 캠페인

AI로 고객을 괴물 과학자로 만들다

이탈리아 맥도날드 × Leo Italy, 할로윈 시즌 앱을 AI 실험실로 변신시키며 옴니채널 캠페인 성공

"여러분의 브랜드 앱, 고객들이 얼마나 자주 여나요?"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마케터가 얼마나 될까. 올해 할로윈, 이탈리아 맥도날드는 자사 앱을 1930년대 빈티지 공포 실험실로 탈바꿈시켰다. 그저 버거를 주문하는 앱이 아니라, 고객이 직접 '프랑켄슈타인 버거'를 창조하는 놀이터로 말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앱을 열고, 창작하고, 공유하기 시작했다. 주문하려고가 아니라, 놀려고.

캠페인의 메커니즘은 간단하다. 맥도날드 메뉴 50개 이상 중 두 가지를 선택하면, AI가 이 둘을 합성해 새로운 버거를 만들어준다. 빅맥과 맥너겟의 만남이라니, 상상만 해도 괴기스럽다. 하지만 바로 그게 포인트다.

화면에서는 번개가 찰칵거리고, 시험관에서 거품이 부글부글 끓는다. 마치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실험실처럼 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당신만의 괴물 버거가 '탄생'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버거에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지원이의 광기 버거', '편집장님의 심야 괴식' 같은 식으로.

그리고 이렇게 만든 버거를 앱에서 실제로 주문할 수 있다. 디지털 놀이가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흥미로운 건, 맥도날드가 이 아이디어를 허공에서 꺼내온 게 아니라는 점이다. 소셜미디어에서 이미 유행하던 '#McHack' 트렌드, 즉 팬들이 맥도날드 메뉴를 마음대로 섞어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내는 문화가 있었다. 맥도날드는 이걸 관찰하고, 공식 캠페인으로 승화시켰다. 고객의 놀이 문화를 브랜드가 수용한 셈이다.

출처 : McDonald's Italy

디지털을 넘어, 거리로 나가다

맥도날드와 광고 대행사 Leo Italy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미디어 에이전시 OMD가 주도한 통합 전략은 디지털과 오프라인을 매끄럽게 연결했다.

옥외광고에 QR 코드를 심었다. 거리를 지나다 공포스러운 맥도날드 광고를 본 사람들은 호기심에 QR 코드를 찍고, 자연스럽게 앱으로 유입된다. 디지털 광고와 소셜미디어도 동시에 돌아갔다. 고객들이 만든 괴물 버거들이 SNS에서 자발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지에서는 오프라인 체험 이벤트까지 열렸다. 인플루언서와 고객들을 초대해 디지털에서만 존재하던 실험실을 실제로 구현한 것이다. 앱에서 만든 버거를 직접 맛보고, 그 경험을 다시 SNS로 확산시키는 구조다.

Leo Italy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Luca Ghilino는 말했다. "할로윈은 재미있게 실험하기에 완벽한 시기입니다. 우리는 앱을 크리에이티브 랩으로 만들어, 팬들에게 자신만의 창작물을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힘을 주었습니다."

왜 이 캠페인은 기믹이 아닌가

할로윈 시즌이면 많은 브랜드들이 계절 마케팅을 한다. Chipotle의 연례 'Boorito' 캠페인처럼 할인 쿠폰을 뿌리거나, 리워드 포인트를 제공하는 식이다. 효과적이지만, 익숙하다.

맥도날드의 접근은 달랐다. 단순히 '할인'이라는 당근이 아니라, '놀이'라는 경험을 제공했다. 그리고 이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앱 생태계를 강화하는 전략이다.

고객들은 버거를 주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재미있어서 앱을 연다. 그리고 일단 앱을 열면, 주문으로 이어질 확률은 당연히 높아진다. 브랜드 충성도는 덤이다. 내가 직접 만든 '괴물 버거'는 그냥 빅맥보다 훨씬 특별하니까.

AI 기술을 사용했지만, 이 캠페인은 'AI'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고객은 AI 기술을 경험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재미있는 괴물 실험실에서 노는 것뿐이다. 기술은 수단일 뿐, 목적은 경험이다.

참여형 마케팅의 시대

인터랙티브 캠페인이 새로운 건 아니다. 하지만 AI와 앱, 그리고 오프라인 경험이 매끄럽게 연결되는 지금, 그 가능성은 훨씬 넓어졌다.

맥도날드의 프랑켄슈타인 버거 랩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우리는 그냥 음식만 파는 게 아니다. 우리는 당신을 기괴하게 몰입시키고, 창작하게 만들고, 공유하게 만든다."

당신의 앱은 고객이 주문할 때만 여는 곳인가, 아니면 놀러 가고 싶은 곳인가?

글 | 김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