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로 vs 객관성의 줄타기" 언론사 유튜브 PD 5년차의 생생한 이야기
피크 인터뷰, 그 첫 번째 주인공으로 30대의 현직 언론사 유튜브 PD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화려해 보이는 뉴미디어 업계의 이면과 1인 제작자로서 마주하는 현실적인 고민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에 대해 같이 들어볼까요.
Chapter 01
언론사 유튜브, 및 그 뒷이야기
Q
언론사 유튜브 채널과 일반 유튜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뭔가요? 제작 과정에서 특별히 지켜야 하는 원칙이나 제약이 있나요?
사실 확인이 된 내용이냐, 저널리즘으로서 가치를 가지냐가 일반 유튜버와 언론사 유튜버의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해요. '언론이 제일 충성해야 할 것은 시민이다'라고 배웠는데요.
그래서 아이템을 발제할 때, 해당 내용이 우리 사회에 공론화가 될 내용이냐가 기준이 됩니다. 물론, 모든 아이템을 그렇게 접근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공공성을 띄는 점이 가장 큰 차이이자 또 한편으로 제약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유튜브의 자극적인 '어그로성' 문법과 언론의 '객관성' 원칙이 충돌할 때는 없었나요? 어떻게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시나요?
그 지점을 모두가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아요. '어그로성' 문법은 사실 당장 조회수, 수익과 연결되는 부분이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언론사니까 그런 태도를 취할 수가 없어요. 그게 또 옳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좋은 콘텐츠를 사람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그게 그것 자체로 평가 받기를 원하고요. 콘텐츠계의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콘텐츠가 경쟁력을 가져야 제작자나 관리자 입장에서도 그런 것을 장려할 수 있으니까요.
Q
취재부터 영상 완성까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미니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다 보면 주인공과 하루종일 붙어있어요. 같이 식사도 하고, 그 분의 인생사도 듣고, 주제에 맞게 촬영도 하고. 촬영 끝나고 나면 헤어지는 게 아쉬워요.
이 일의 좋은 점이 그런 것 같아요. 낯선 이의 삶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는거요. 제 생각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깨닫게 돼요.
내가 생각한 게 정답도 아니고, 내가 생각한 방향성이 당연한 것도 아니고 타인의 삶을 통해 제 삶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더 넓어지는 것 같아요.
Q
반응이 좋았던 영상들과 아쉬웠던 영상들을 비교해보면, 어떤 패턴이나 차이점이 있었나요?
얼만큼 새롭냐인 것 같아요. 레거시 미디어인 언론사, 그리고 거기서 운영하는 뉴미디어, 그리고 새로운 뉴미디어 채널 등 유튜브 등장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는 현재 상황에서 정말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봤던 콘텐츠나 기사를 또 보는 경우도 많은 텐데요. 그래서 반응이 좋은 영상들은 기존에 나와있던 정보나 볼 수 없는 내용일 때 반응이 좋더라고요. '단독'이 기사 가치가 높듯, 디지털 콘텐츠도 '새로운'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반응이 좋은 것은 불변의 법칙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Q
댓글이나 시청자 반응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너네가 언론사냐!' 라고 말하는 댓글도 많고 반대로 의외로 '오 여기서 이런 콘텐츠를 하네'라는 반응도 있어요.
사실 핵심은 '언론사'라는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거예요. 아무리 뉴스를 안 본다고 해도 '언론사'에 대한 기대는 여전한 것 같고요. 족쇄인지, 응당 해내야 하는 책무인지. 후자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사람들이 언론사가 언론사의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어떤 실체가 있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더 책임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저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콘텐츠를 늘 만들고 싶었는데요. 제가 콘텐츠를 보면서 다른 사람의 삶을 상상하고, 위로를 받아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만든 걸 보면서 힘이 난다, 다시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댓글을 볼 때 굉장히 보람돼요.
Chapter 02
현실적인 업무 이야기
Q
기획-촬영-편집-취재를 모두 하신다고 했는데, 실제로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나요? 가장 바쁜 날의 스케줄이 궁금해요.
많은 PD들이 그렇겠지만 편집을 하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몰라요. 1분 편집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면 1시간이 흐르기도 하고요.
편집은 무한한 경우의 수에서 최적의 루트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고민이 많아요. 정답이 없다 보니 자신만의 논리와 근거를 세워서 결정을 해야 하고요.
기획도 마찬가지에요. 생각을 구체화 하는 과정에서 지나고 보면 별 게 아니었네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결과물을 내는 과정은 너무 어려워요.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것처럼 생각을 더 뾰족하게 만드는 과정이죠. 그래서 기획하고 촬영하고 편집하는 게 길면 1주에서 2주 걸리는 것 같아요. 그 제작 과정에서 하루하루 충실히 시간을 보내고요.
Q
아이디어 회의부터 영상 공개까지, 보통 한 편의 콘텐츠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가장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단계는 어디인가요?
보통 1-2주고, 짧게는 2-3일 길면 한 달이 넘어갈 때도 많아요. 예를 들어, 총선이나 대선같이 굵직한 이벤트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전부터 준비를 하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새로운 기획이 있다면 무엇인지 회의를 하기도 하고요. 방송사만큼 화려하고 멋지게 준비할 수는 없겠지만 저희가 가진 자원 안에서 참신하게 준비하려고 해요. 실제로 그렇게 했었고요.
Q
작은 팀의 장단점이 확실할 것 같아요. 가장 좋은 점과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의사결정구조가 빨라요. 전 저희팀처럼 의사결정과정이 '깔끔'한 팀이 있나 싶어요.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위한 의견을 내고, 그게 자기 주장과 다르더라도 받아들여요. 물론 그 논리가 합리적이라는 전제 아래요. 팀원 모두가 그래요. 부서장도 그렇고요. 그래서 문제 해결하는 과정은 늘 어렵지만 정답을 찾아내요. 그 과정에서 신뢰가 또 생기고요.
작은 팀의 단점은 확실하죠. 사람이 적으니 일하는 사람 이상으로 판을 크게 못 벌려요. 생각이 거창해도 현실에 맞게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는 거죠. 스스로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도 사실 부족하죠. 판을 더 벌리고 싶은데 현실적으로는 어려우니까요.
Q
언론사라는 조직 안에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는 것이 자유로운 개인 유튜버와 어떻게 다른가요?
앞서 말했듯 제약이 많아요. 그냥 막 지를 수가 없어요. '뇌피셜'로 어떻다고 할 수도 없죠. 정치 유튜브가 많잖아요. 대부분 언론사들이 정치를 주요 소재로 삼는데요.
예를 들면, 제목에 '000 의원 슬픈 표정, 충격!!!' 이런 식의 워딩을 쓰는 게 아무래도 어렵죠. 그렇게 하다 보면 딱딱해지는 것 같아요. 재미도 없어지는 것 같고.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진짜 잘해야 해요.
Chapter 03
실패와 성공 스토리
Q
처음 시작할 때 상상했던 것과 현실이 가장 달랐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보통의 영상 업계와 달리 생각보다 혼자 해야 하는 게 많았어요. 혼자 취재도 하고 섭외도 하고 촬영도 나가고 편집도 하고. 저는 협업에 강한 사람인데요. 혼자 일한다는 게 외롭기도 하고 납득도 잘 안 됐어요. 지금은 어느 정도 받아 들였지만요.
Q
지금까지 가장 큰 실패나 위기가 있었다면? 그리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야심차게 준비했는데 대차게 조회수가 안 나온 적이 있었는데요. 팀원들 볼 면목도 없었지만, '어쨌든 새로운 도전이니 실패한 거 아니겠어?'라고 정신승리를 했어요.
회사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전 실패라고 생각 안 해요. 첫 발을 담근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실패한 포맷을 변형하고 실험하면서 더 나아지기만 하면 되지 않겠어요?
Q
반대로 "아, 이 일 정말 잘 선택했다!" 하고 생각한 순간이 있다면 언제였나요?
콘텐츠를 만드는 일 자체는 언제나 재밌어요. 좋은 콘텐츠가 좋은 세상을 만든다고 생각하는데요. 좋아하는 일로 사명감을 느껴서 전 좋아요.
종종 이런 걸 왜 제작해야 하지? 싶은 순간도 많죠. 그런데 모든 직장인들이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아이템을 찾고 취재를 하고 어떻게 하면 다르게 보일지 고민하는 일련의 제작 과정은 늘 재밌어요.
Chapter 04
업계의 생생한 현실
Q
유튜브 알고리즘과 싸우는(?) 일상이 있을 텐데, 나름의 공략법이나 깨달은 점이 있나요?
없어요. 매번 알고리즘을 겨냥한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어요. 복불복 같아요. 어떤 결론이 나와서 그대로 제작을 하면 또 조회수가 안 나와요.
어쩔 때는 왜 이게 조회수가 나오지? 하는 적도 많고요. 전체적으로 잘 먹히는 주제는 있는데 그 주제 안에서도 어떤 방법론이 조회수가 잘 나오는지는 모르겠어요
Q
5년차가 되어보니, 이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어떤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트렌드를 낚아채는 감각이요. 언론사는 하루하루 이슈가 중요하잖아요. 그 이슈를 빠르게 낚아채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해요. 하루가 지나면 이슈는 죽으니까요.
Chapter 05
미래 계획
Q
언론사 유튜브 채널의 미래를 어떻게 보세요? 전통 언론과 뉴미디어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는 것 같은데.
이재명 대통령도 책임있는 1인 미디어에게 대통령실 취재할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는데요. 진짜 말 그대로 점점 흐려지는 것 같아요. 정치 취재는 사실상 기성 언론이 주로 맡았잖아요. 나중에는 전통 언론이든 뉴미디어든 상관이 없는 현실이 올 것 같아요.
Q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고 싶으신가요? 계속 이 분야에 있을 건지, 아니면 다른 도전을 생각하고 있는지.
계속 이 분야에 있으면서 제 역량을 키우려고 해요. 앞서 말한 것처럼 레거시 미디어가 저를 지켜주지 않을 세상이 도래할 테니까요.
Chapter 06
후배들을 위한 현실 조언
Q
"언론사 유튜브 채널에서 일하고 싶어요"라고 하는 후배가 있다면, 가장 현실적인 조언 한 마디는?
1인 제작 능력이 확보돼야 해요. 요즘 브이로그 콘텐츠가 많으니까 다들 어느 정도 제작 실력이 있을텐데요.
그런 것 말고 남을 찍을 줄 알아야 해요. 모르는 사람한테 거절당하고, 정신없는 현장에 뛰어 들어야 하고, 사람들이 관심 있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그런 것을 총칭하는 1인 제작 역량이 필요해요.
Q
'이런 점은 각오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은 가장 큰 단점과, '이것 때문에 버틴다' 싶은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혼자 해야해서 버거울 때가 많을 것 같아요. 생각보다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도 있을 것 같고요. 지치지 않고 제작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럼에도 매일매일 반응을 보고 제작을 하는 일은 매력적이죠.
Editor's Note
화려해 보이는 뉴미디어 업계 뒤에는 혼자서 모든 걸 해내야 하는 현실과 끝없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타인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며 자신도 성장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좋은 콘텐츠가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믿음으로 오늘도 카메라를 들고 있는 분들께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