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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 용기가 우물? 나오는건 사다코아닌 재료? 닛신 "컵누들 빅", 공포영화 '링'을 패러디하다

컵라면 용기가 우물? 나오는건 사다코아닌 재료? 닛신 "컵누들 빅", 공포영화 '링'을 패러디하다

3주만에 410만 조회수, 공포를 귀여움으로 뒤집다

일본 닛신식품, 영화 '링' 오마주한 CM으로 화제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고를 때, 일본 여행에서 먹었던 그 맛이 생각나서 닛신 컵누들을 집어든 적 있는가. 한국 사람들에게 일본 컵라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 중 하나가 바로 닛신이다.

그 닛신이 올해 9월, 컵누들 빅 시리즈 리뉴얼을 알리는 광고로 일본 열도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공개 3주 만에 410만 조회수를 넘긴 이 광고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일본 공포영화의 레전드 '링'을 패러디한 것이다.

사다코가 아니라 귀여운 재료들이 기어 나온다

"Oooh きっと来る(우우 분명 온다)♪"

링의 주제가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 섬뜩한 멜로디. 닛신은 이 곡을 "BIG 具、増える 具増える(빅, 재료가 늘어난다)"로 바꿔 불렀다.

광고는 컵누들 용기를 우물로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무언가가 기어 나온다. 영화 속 사다코처럼 손을 짚고 네 발로 기어오는데, 자세히 보면 그건 사다코가 아니라 손발 달린 귀여운 재료 캐릭터들이다. 새우, 달걀, 미스터리 고기, 게맛살. 이들이 화면 쪽으로 기어오며 '재료가 늘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공포 영화의 아이콘을 이렇게 귀엽게 비틀 생각을 한 사람은 덴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오이시 타케시다. 그는 기획 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클라이언트의 요청은 재료가 약 14% 증량되었고, 미스터리 고기와 게맛살이 커졌다는 걸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컵누들 빅 용기를 우물로 보고, 그 안에서 손발 달린 귀여운 재료 캐릭터들이 나오는 구성을 생각했죠. 링에서 사다코가 우물에서 네 발로 기어오는 동작을 재료 캐릭터들의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했습니다."

공포를 귀여움으로 전환하는 힘

이 광고가 흥미로운 건 단순히 패러디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포영화의 가장 무서운 장면을 가져와서, 그걸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무서운 건 귀여워지고, 섬뜩한 건 웃기게 바뀐다.

광고 후반부에서는 컵이 점점 늘어나고, 마지막엔 거대한 미스터리 고기와 게맛살이 등장한다. 재료가 '증량'되었다는 메시지를 과장되게 표현한 것이다. 보는 사람은 무섭다기보다는 웃음이 나온다.

SNS 반응도 뜨거웠다. 링 오마주에 대한 놀라움, 재료 캐릭터의 귀여움, 그리고 중독성 있는 음악에 대한 긍정적인 댓글이 쏟아졌다.

대중문화를 활용하는 법

닛신의 이 광고는 대중문화 레퍼런스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하는 좋은 사례다. 링은 1998년 개봉한 영화지만, 여전히 일본인들의 문화적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는 작품이다. 우물, 사다코, 그 음악. 이 요소들은 설명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즉시 알아본다.

그리고 닛신은 이 익숙한 공포를 뒤집어서 자사 제품의 특징과 연결했다. 우물에서 나오는 건 귀신이 아니라 재료다. 무섭게 다가오는 게 아니라 귀엽게 다가온다. 메시지는 명확하다. 재료가 늘었다.

이런 방식은 특히 식품 광고에서 효과적이다. 제품 스펙을 나열하는 대신, 문화적 코드를 활용해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 사람들은 광고를 보고 기억한다. "컵라면 양이 늘었군"

글 | 김지원